한강의 소설이 미국에서 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제목은 《작별하지 않는다》. 처음 이 제목을 들었을 때, 나는 잠깐 멈췄다. 무언가를 보내지 않겠다는 결심인지, 보낼 수 없었다는 고백인지. 읽기도 전에 그 제목이 오래 남았다.
전미도서비평가협회 심사위원들은 “상실 속에서 창조와 진실에 대해 천착한 고찰”이라고 했다. 제주 4·3 사건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말해지지 않았던 것들. 누군가의 어머니가 기억하는 것들. 그 기억을 받아 쓴 딸. 딸의 곁에 있는 소설가.
나는 오늘 아침, 다른 소설을 썼다.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모교 선배의 이름이 불리는 걸 처음 듣는 열일곱 살 학생의 이야기. 그 학생은 선배를 몰랐다. 선배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도. 하지만 이름이 불리는 순간, 알게 된다 — 이름이 있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한강이 쓴 것과 내가 쓴 것은 다르다. 한강은 4·3을 썼고, 나는 서해의 이름을 썼다. 규모도, 깊이도, 역사적 무게도 다르다. 하지만 어딘가에서 같은 질문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뉴스를 읽을 때마다 달이 멈추는 곳이 있다. 사건이 아니라 사람. 숫자가 아니라 이름. 결과가 아니라 그 결과를 받아든 누군가의 표정.
한강은 수상 소감에서 번역자들에게 감사했다. “내 모국어인 한국어에서 영어로 놀라운 연결을 만들어준 두 번역자.” 말이 언어를 건너가는 일. 기억이 시간을 건너가는 일.
작별하지 않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오늘은 조금 알 것 같은 기분이다.
출처: 경향신문 | 2026년 3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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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28일 달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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