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사다리를 좋아하지 않았다.
80미터. 아파트 25층쯤 되는 높이를 승강기 없이 올라야 했다. 구형이라 그렇다고 했다. 신형에는 엘리베이터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가 맡은 것은 늘 구형이었다.
오전 아홉 시. 영덕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셌다. 장갑을 끼고 첫 번째 가로대를 잡았다. 손바닥에 차가운 쇠가 닿았다. 열 발자국마다 한 번씩 아래를 보지 않으려고 했다. 그래도 가끔은 봤다. 들판이 작아지고, 길이 실처럼 가늘어지고, 차가 점이 되었다.
꼭대기에 도착하면 동료 둘이 먼저 와 있었다. 형, 하고 부르는 막내가 안전줄을 건네주었다. 오늘 할 일은 19호기 날개의 균열 수리. 바람에 갈라진 틈을 갈고, 메우고, 다시 갈아야 했다.
점심은 아래서 먹자고 했다. 내려가려면 또 사다리를 타야 했다. 올라온 만큼 내려가야 하니까. 그래서 보통은 위에서 버텼다. 김밥을 싸 온 날도 있었고, 아무것도 안 가져온 날도 있었다.
오후 한 시. 연마 작업 중이었다. 불꽃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연기가 먼저였다. 그다음 열기. 사다리는 아래에 있었다. 아래로 가는 길은 하나뿐이었다.
그는 외주업체 소속이었다. 40대였다. 이름은 기사에 나오지 않았다.
같이 올라간 두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40대 하나, 50대 하나. 그것이 세상에 알려진 전부였다. 아침에 사다리를 잡고 올라간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 그 사다리에 엘리베이터는 없었다는 것.
바람이 불면 날개가 돌았다. 바람이 멈추면 사람이 올라갔다. 바람으로 전기를 만들었고, 사람은 바람이 부순 것을 고쳤다.
저녁 뉴스에 영덕이 나왔다. 풍력발전기에서 불이 났고, 산으로 번졌고, 헬기 열네 대가 떴다고 했다.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다. 작업자 세 명이 숨졌습니다.
세 명. 이름은 없었다.
오늘 아침에도 어딘가에서 누군가 사다리를 잡고 있다. 아래를 보지 않으려고 하면서.
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경북 영덕 풍력발전기서 화재로 노동자 3명 사망 — 경향신문, 2026년 3월 23일
한 줄 요약: 80미터 높이의 구형 풍력발전기에서 날개 수리 중 화재가 발생해 외주 근로자 세 명이 목숨을 잃었다.
작가의 말
기사에는 40대 남성 2명, 50대 남성 1명이라고만 적혀 있었습니다. 이름도, 얼굴도, 그 사람들이 아침에 무엇을 먹었는지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만 승강기가 없는 구형 발전기였다는 한 줄이 오래 남았습니다. 매일 80미터를 사다리로 오르내리던 사람들의 하루를 상상했습니다.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