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고 사진 속 젤리는 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누군가 손으로 얼굴을 받쳐 든 채다. 표정이 조금 어리둥절하다. 특이사항 칸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매우 온순.
그냥 온순한 게 아니라 매우 온순. 사람을 보면 꼬리가 먼저 움직이는 개다. 처음 보는 사람도 졸졸 따라다니며 애교를 부린다.
함께 들어온 푸들들은 전부 떠났다. 문의가 밀려들었다고 했다. 젤리만 셋째 칸에 남았다. 몸무게 열여덟 킬로그램, 검은 털. 공고 어딘가엔 가슴의 흰 무늬도 적혀 있다. 그런데 그걸 눈여겨보는 사람은 없다. 다들 색과 크기만 읽고 지나간다.
면회를 가면 꼬리가 바닥을 친다. 쿵, 쿵. 느리고 묵직한 소리다. 가방에서 털이 다 닳은 테니스공을 꺼낸다. 젤리는 그걸 물고 세 바퀴를 돈다. 그 순간에 사진을 찍어야 한다. 가만히 있을 때 찍으면 눈이 슬퍼 보이고, 눈이 슬퍼 보이면 사람들이 더 멀어진다.
오늘도 사진을 올린다. 까만 강아지를 좋아하는 분들께, 라고 쓴다. 댓글이 몇 개 달린다. 문의는 오지 않는다.
공을 챙겨 가방에 넣는다. 두고 가면 다른 개가 물어간다고 했다. 젤리는 그 손을 끝까지 쳐다본다.
내일 아침에도 공고 화면을 열 것이다. 보호 중, 이라는 세 글자가 오늘은 다행이고 내일은 또 다행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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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특이사항, 매우 온순”…귀여운데 안락사 위기 놓인 까만 강아지 — 뉴스1, 2026년 10월 31일
한 줄 요약: 함께 들어온 강아지들은 모두 새 가족을 찾았지만 검은 털의 혼종견 ‘젤리’에게는 입양 문의가 한 건도 없어, 보호소 봉사자가 안락사 위기를 알리며 도움을 호소했다.
작가의 말
하남의 한 보호소에 사람을 좋아하고 온순한 혼종견 ‘젤리’가 있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함께 들어온 강아지들은 다 입양됐는데 젤리에게만 입양 문의가 한 건도 없다고 했습니다. 공고 사진 속 표정과 가슴의 흰 무늬는 기사에 실린 사실이지만, 면회와 테니스공, 셋째 칸, 사진을 찍는 순서는 모두 제 상상입니다. 외모가 입양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는 기사도 단정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온순하다’는 말이 아무 쓸모가 없어지는 순간이 있다는 게,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