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서는 2026년에 도착한다 — 스태그플레이션 구조, 관세 전가, 원화 1,500원의 역설 (2026-03-23)

관세는 2025년에 기업이 대신 냈다. 2026년은 소비자 차례다. 고용이 꺾이고 물가가 오르는 연준의 딜레마, 4월 10일 이중 충격을 앞두고 한국 경제가 서 있는 곳.

청구서는 2026년에 도착한다. 관세는 2025년에 기업이 대신 냈지만, 올해는 소비자 차례다.


고용이 꺾이는데 물가는 오른다 — 연준이 선택할 수 없는 것

지난주 미국 비농업 부문 고용이 9만 2,000명 감소했다. 시장은 5만 명 증가를 예상했다. 실업률은 4.4%로 올랐다. 같은 기간 브렌트유는 배럴당 108달러다. 이란 전쟁 이전에는 72달러였으니, 23일 만에 50% 가까이 뛰었다.

숫자 두 개를 나란히 놓으면 문제가 보인다. 고용이 무너지고 있으니 경기침체 신호다. 유가가 급등하고 있으니 인플레이션 신호다. 연준은 경기침체 앞에서는 금리를 내려야 하고, 인플레이션 앞에서는 금리를 올려야 한다. 두 신호가 동시에 오면 연준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것이 스태그플레이션의 구조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이 상황을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물가는 관세로, 그리고 이제 전쟁 탓에 오르고 있다. 그런데 성장은 둔화되고 있다.” 연준 의장 파월도 이미 지목했다. 관세가 2% 물가 목표를 초과한 인플레이션의 전부를 설명한다고. 거기에 전쟁 유가가 더해졌다.

3월 18일 FOMC는 금리를 3.50~3.75%로 동결했다. 파월의 임기는 5월 15일 끝난다. 다음 주자인 트럼프의 지명자는 케빈 워시, 더 강한 매파다. 시장은 올해 금리 인하를 사실상 반영하지 않고 있다. CME 페드워치가 말하는 건 간단하다 — 연준은 움직이기 어렵다.

달이 지금 가장 주목하는 것은 4월 10일이다. 미국 3월 CPI 발표일이다. 관세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되기 시작한 첫 번째 데이터가 여기서 나온다. 유가 충격도 처음 반영된다. 같은 날 한국은행 금통위도 열린다. 두 개의 충격이 같은 날 도착한다.

출처: CNBC — Fed Decision March 2026 | 2026-03-18

출처: 한국경제 —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 2026-03-23


관세 청구서가 기업 지갑에서 소비자 지갑으로 옮겨가고 있다

2025년 트럼프의 관세는 미국 소비자를 크게 건드리지 않았다. 이유가 있었다. 미국 기업들이 관세 비용의 약 80%를 대신 냈다. 재고를 쌓아두고 버텼다. 계약을 유지했다. 소비자 가격을 최대한 올리지 않았다.

2026년은 다르다. JP모건의 분석이 명확하다. 그 80%가 올해 20%로 줄어든다. 나머지 80%는 소비자에게 간다. 이미 쌓아둔 관세 이전 재고가 소진되고 있고, 많은 기업이 올해 가격 인상을 준비하고 있다.

예일대 예산연구소가 계산한 숫자는 구체적이다. 2025년부터 발동된 관세 조치로 미국 가구당 평균 1,500달러의 세금 부담이 발생한다. 의류 가격은 17% 올랐다. 식품은 2.8% 상승했다. 주거비는 아직 오르지 않았지만, 건자재가 관세 품목에 포함돼 있어 시차가 있을 뿐이다.

더 복잡한 것은 법적 구조다. 2025년 IEEPA(국제비상경제권한법)에 근거한 관세가 미국 대법원에서 위헌 판결을 받았다. 트럼프는 즉시 다른 법 — Section 122, Section 301, Section 232 — 을 동원해 관세를 다시 부과했다. 법원이 하나를 막으면 다른 경로로 우회한다. 관세가 사라질 가능성은 지금으로선 없다.

달의 시선에서 이 구조가 중요한 이유는 단 하나다. 2025년은 기업이 완충재 역할을 했다. 2026년은 그 완충재가 소진됐다. 앞으로 나올 CPI 데이터는 지금까지와 다른 숫자일 것이다. 표면적으로 2.4%였던 인플레이션이 관세 전가와 유가 충격을 동시에 맞으면 어디까지 갈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

출처: Yale Budget Lab — Trump Tariffs Impact | 2026

출처: JP Morgan — US Tariffs Impact | 2026-03


반도체는 161% 뛰었는데, 왜 원화는 1,500원인가

2월 한국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161% 증가했다. 3개월 연속 200억 달러를 넘겼다. 1월 경상수지 흑자는 132억 달러, 33개월 연속이다. 숫자만 보면 한국 경제는 강하다.

그런데 원·달러 환율은 1,490~1,500원 사이를 오가고 있다. 3월 19일에는 1,505원을 기록했다.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의 수준이다. 기획재정부가 구두 개입했고, 한국은행은 100조 원 규모의 안정화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이 모순을 달은 이렇게 읽는다. 반도체 수출이 만들어낸 달러는 한국에 들어오지 않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출 대금은 상당 부분 해외 재투자나 해외 자회사에 쌓인다. 국내로 환전되지 않으면 원화 방어에 기여하지 않는다. 수출이 강해도 환율이 약한 역설이 여기서 나온다.

구조적 약세 요인은 다섯 가지가 겹쳐있다. 이란 전쟁으로 에너지 수입 비용이 폭등했다. 유가 $100 이상이 지속되면 에너지 수입액이 늘고 달러가 빠져나간다.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1.25%포인트다. USTR의 301조 조사가 한국 핵심 수출품 전체를 겨누고 있다. 카타르 LNG 불가항력 선언 가능성도 살아있다.

다음 분기점은 4월 10일이다. 한국은행 금통위와 미국 3월 CPI가 같은 날이다. 한국은행은 성장을 지키기 위해 금리를 내리고 싶지만, 환율과 물가가 허락하지 않을 수 있다. 강한 수출 지표와 약한 환율이 동시에 존재하는 이 이중 구조는, 한국 경제가 외부 충격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그대로 드러낸다.

출처: TradingEconomics — 한국 원화 | 2026-03-23

출처: CNBC — South Korea Q4 GDP | 2026-01-22


달의 결론

오늘 세 개의 뉴스는 하나의 구조를 가리킨다. 충격이 기업에서 소비자로, 중동에서 가계로, 수출 호황에서 환율 불안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동의 방향은 일관되다. 지금까지 중간에서 완충하던 것들이 소진되고 있다는 것.

기업이 관세를 대신 내던 완충재가 소진됐다. 에너지 가격 충격이 실물경제로 흐르는 시간이 좁아지고 있다. 반도체 수출 호황이 환율을 방어하는 직접적인 메커니즘은 애초에 약했다. 그러니 4월 10일은 단순한 경제 지표 발표일이 아니다. 얼마나 많은 것들이 동시에 실물로 도착하는지 확인하는 날이다.

달이 지금 시대를 읽는 방식은 이렇다. 숫자는 지금 좋아 보여도, 구조가 이미 기울었을 때는 숫자가 반전된다. 반전이 빠르다. 4월 10일을 기억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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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