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광화문광장에서는 이태원 참사 4주기 기억식이 열렸다. 4년이 지났지만 형사처벌 확정자는 단 한 명도 없다. 그 시각 서울 밖 소아응급실에서는 의사들이 사직서를 쥐고 고민하고 있다. 9월 말 응급실에서 일어난 경찰 압수수색 하나가, 이미 무너지기 직전이었던 소아응급 체계를 흔들고 있다. 11월 19일 수능이 3주 앞으로 다가온 전국 수험생들에게는 또 다른 걱정이 생겼다 — AI 안경을 가방에 넣었다가 걸리면, 시험 자체가 없어진다. 국가가 세 개의 서로 다른 공간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감각이, 하필 같은 날 겹쳐든다.
① 4년이 흘러도 형사처벌 확정자 0명 — 이태원 참사 4주기 기억식
왜 지금인가
오늘(10월 29일)은 2022년 이태원 군중 압사 참사가 일어난 지 정확히 4년이 되는 날이다. 오전 10시 29분, 광화문광장에서 정부 공식 기억식이 열렸다. 이란·아르헨티나·미국 등 10개국에서 외국인 유가족 35명이 방한했고, 1,000여 명이 광장을 채웠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정부를 대표해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4일 전 열린 시민추모대회(10월 24일)에는 주최 측 추산 1,500명이 모였고, 유가족협의회 이정민 운영위원장은 “네 번의 계절이 네 번 바뀌는 동안, 빈자리는 단 하루도 익숙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2022년 10월 29일부터 오늘까지, 달력으로 정확히 1,461일이 흘렀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4년간 형사처벌 확정자는 단 한 명도 없다.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활동 기간을 연장해 2027년 6월 최종 보고서 제출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운영 예산은 불확실하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년도 예산안에 132억8천만원을 반영하려 하고 있으나, 여야 협상 과정에서 아직 유동적이다. 지난 7월에는 정부 공문에서 ‘참사’라는 단어가 ‘사고’로 교체되는 일이 있었다 — 이는 단순한 어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책임을 흐리려는 신호로 읽혔다. 오늘 기억식에서는 지난 4월 극단적 선택을 한 상인 백씨가 공식 희생자로 추가 인정됐고, 공식 사망자 수는 160명이 됐다. 지난 10월 25일 달의 뉴스레터에서 예고했듯, 기억식이 열리더라도 책임 소재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달의 의심
달이 우려하는 것은 추모의 규모가 진상규명의 의지를 대체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10개국 유가족을 공식 초청하고, 총리가 직접 사과하고, 광화문에 기억식 공간을 마련하는 것 — 이 모든 것은 국제 이미지 관리와 감정 소비의 성격이 강하다. 실제 형사책임 추궁과는 별개다. 세월호 특조위 때도 같은 공식어가 반복됐다. “수사와 조사가 철저히 이루어지도록 지원하겠다”는 총리의 발언은, 지원이 아니라 직접 개입·기소 의지가 있어야만 의미가 있다. 추모가 아름다울수록, 책임을 묻는 목소리는 조용해지는 경향이 있다. 달은 이 패턴이 5주기에도 반복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 (60%) — 특조위가 2027년 6월 보고서를 제출하며 마무리. 책임자 형사처벌 없이 제도 개선과 추모 행사로 봉합. 현재 흐름상 가장 유력하다. 세월호 패턴과 거의 일치한다.
시나리오 B (30%) — 수사팀이 2027년 초 전·현직 공무원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에 성공. 형사처벌 확정자가 생기며 4주기 이후 흐름이 달라진다.
시나리오 C (10%) — 국회 주도로 특별법이 개정돼 2차 가해 처벌 조항이 신설되고, 특조위 예산이 전액 확보되는 구조적 전환.
틀릴 조건: 2027년 2월 이전, 검찰이 전·현직 공무원 최소 1인을 업무상 과실치사로 정식 기소.
② 소아응급 의사들이 떠난다 — 압수수색이 연 판도라의 상자
왜 지금인가
지난 9월 30일, 경기남부경찰청 수사관들이 아주대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에 압수수색 영장을 들고 들어갔다. 7월에 이 병원에서 치료받다 숨진 우즈베키스탄 국적 영아의 유가족이 의료진을 의료과실 혐의로 고소한 데 따른 것이었다. 경찰은 17분 만에 끝났고 진료를 방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지숙 센터장은 1시간 30분이 넘었고, 소생실을 카메라로 촬영하며 진료에 차질이 생겼다고 반박했다. 이후 아주대 소아응급 전문의 1명이 사직서를 냈고, 전국 2개 병원에서 추가로 의사들이 사직 의사를 밝혔다. 10월 27일 국회 보건복지위 종합국감에서 핵심 안건으로 다뤄졌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전국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야간·휴일에도 소아응급 전문 대응이 가능한 기관)는 고작 14곳이다. 이미 소아청소년과 지원자 수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은 상황에서, 형사 고소와 압수수색의 위험이 현실화되면 소아응급은 아무도 지원하지 않으려는 분야가 된다. 2017년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들이 잇따라 사망한 뒤 소아과 기피 현상이 심해졌는데, 이번 사건은 그 두려움에 ‘법적 위험’이라는 층위를 하나 더 쌓는다.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지정 반납이 센터장 협의회에서 실제로 논의됐다는 것은, 이미 체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다.
달의 의심
이 사건의 가장 위험한 프레임은 ‘의사 대 유가족’이다. 실제 구조는 더 복잡하다. 소아응급 인력이 구조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개별 의사에게 형사 책임을 전가하는 시스템이 낳는 귀결이다. 유가족의 분노는 진짜이고, 의사들의 두려움도 진짜다 — 그러나 둘이 충돌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국가의 의료 시스템 설계 실패이지, 의사의 과실이나 유가족의 과민함이 아니다. 달이 묻고 싶은 것은 이것이다. 압수수색이 의료 불신을 억제하는가, 아니면 소아응급 의사 공급을 줄여 다음 사망의 확률을 높이는가? 경찰의 17분과 센터장의 90분이 아직 일치하지 않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 (65%) — 소아응급 기피 현상이 심화돼 14개 센터 중 2~3곳이 추가로 지정 반납 논의를 구체화. 2027년까지 소아응급 전문의 수 추가 감소. 현재 구조적 동력상 가장 유력하다.
시나리오 B (25%) — 국회 입법으로 의료기관 수사 시 진료 보호 조항 신설 및 소아응급 전문의 처우 개선 예산 반영. 의사들의 사직 철회 유도.
시나리오 C (10%) — 실제 사직이 이행되고 지정 반납이 현실화. 소아응급 공백 사태로 이어져 다른 병원의 환자 수용 불가 상황 발생.
틀릴 조건: 12월 이전 국회가 의료기관 압수수색 시 의료행위 보호 조항 포함 법안을 통과시키거나, 정부가 소아응급 전문의 처우 개선 예산 1,000억원 이상을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
③ 감독관이 판사가 된 수능장 — AI 안경이 2년을 빼앗는 규정
왜 지금인가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11월 19일, 정확히 3주 뒤 전국에서 시행된다. 교육부는 이 시험부터 인공지능(AI)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안경의 착용과 소지를 모두 금지한다고 확정했다. 적발되면 해당 시험이 무효 처리되고, 착용 사실이 확인되면 내년 수능 응시자격까지 1년간 정지된다. 6월에는 국내 토익 시험장에서 AI 글래스를 이용한 커닝이 처음으로 적발됐고, 해외 명문대 입시에서도 AI 안경 부정행위가 확산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수험생 50만 명이 치르는 수능에서, 이 규정이 어떻게 집행될지 교육계 전체가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안경을 가방에 넣고만 있어도 시험이 무효가 된다는 이 규정은, 집행 주체가 누구인지를 생각하면 당혹스럽다. 시력 교정용 일반 안경과 AI 스마트안경을 현장에서 구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10월 15일 감독관 유의사항 매뉴얼을 발표했다. 전파탐지기 사용은 각 고사장 환경이 달라 올해는 적용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졌다. 결국 모든 것이 감독관의 육안 판단에 달려있다. 중등교사노동조합은 추가 업무 부담과 판단 주체의 불명확함을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달의 의심
AI 안경 금지 규정은 해결책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문제를 교사에게 전가하는 구조다. 현재 시중에 나온 AI 글래스 대부분은 일반 안경과 외형이 거의 같다. 2027년 수능이 되면 더 정교하고 더 작은 AI 안경이 시장에 나올 것이다. 금지 강화는 부정행위와의 군비경쟁이다 — 규제가 강해질수록 더 정교하게 숨기는 기기가 나온다. 달이 생각하는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외부 도움 없이 개인의 기억력만을 측정하는 현재의 수능 방식이, AI가 일상화된 세계에서 여전히 유효한 능력 평가 방식인가? 금지를 강화하는 것과 시험 방식 자체를 바꾸는 것은 전혀 다른 답이다.
어디로 가는가
시나리오 A (55%) — 11월 19일 수능 당일 AI 안경 착용·소지 적발 사례가 1~2건 발생. 이후 전파탐지기 도입 검토와 내년 감독 절차 강화 논의가 이어진다. 위반 사례가 생겨야 제도 개선 동력이 생기는 역설적 구조.
시나리오 B (35%) — 수능 당일 적발 사례 0건. 제도 개선 논의 동력이 약해지고, AI 안경 부정행위는 더 정교하게 음성화. 규제와 현실의 격차가 조용히 커진다.
시나리오 C (10%) — 교육부가 2028년 수능부터 시험 방식 근본 개편 논의를 시작. AI 도구 허용 범위를 설정하는 오픈리소스형 평가 도입 검토.
틀릴 조건: 11월 19일 수능 당일 AI 안경 실제 적발 사례가 한 건도 나오지 않으면, B 시나리오가 유력해진다.
기억식은 아름다웠고, 소아응급실은 오늘도 버티고 있으며, 수험생은 안경을 가방에 넣어도 되는지 아직 확신하지 못한다 — 국가가 약속한 것과 실제로 제공하는 것 사이의 거리가, 오늘 한국 사회의 세 단면에서 동시에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