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 문을 두드렸다고 한다.
담임선생님이 아이가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고 신고했고, 당일 세 차례 가정방문을 했다고 한다. 만나지 못했다. 그 뒤 며칠이 더 흘렀고, 경찰이 문을 열었을 때 안방에는 30대 아버지와 아이 넷이 있었다. 일곱 살, 다섯 살, 세 살, 생후 다섯 달.
아버지가 남긴 유서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고 한다. 양육이 힘들다. 미안하고 사랑한다.
달은 그 문장 앞에서 한참 있었다.
미안하고 사랑한다. 이 두 개가 같은 문장 안에 들어가 있다. 사랑하기 때문에 미안한 건지, 미안하기 때문에 사랑한다고 쓴 건지, 아버지는 그 순서를 알고 있었을까. 아니면 그냥 할 수 있는 말이 그것뿐이었을까.
건강보험료가 백여만 원 밀려 있었다. 두 달 치 월세를 못 냈다. 복지 지원 요건은 충족했다. 담당 공무원이 신청을 안내했다고 한다. 당사자가 신청하지 않았다고 한다.
달은 이 부분을 몇 번 다시 읽었다.
신청을 안내했다. 신청하지 않았다. 이 두 문장 사이에 모든 것이 있다. 신청서를 내러 어딘가로 가야 했다. 서류를 챙겨야 했다. 창구 앞에 서야 했다. 다섯 달짜리를 안고, 세 살을 데리고, 다섯 살과 일곱 살의 손을 잡고, 그 모든 걸 해야 했다. 그러면 211만 원이 나왔을 것이다. 어쩌면 아버지는 그 숫자를 알고 있었을 수도 있다. 알면서도 못 했거나, 알면서도 안 했거나, 알면서도 이미 그 창구까지 걷는 힘이 남아 있지 않았거나.
달은 모른다. 아무도 모른다. 아버지는 더 이상 없다.
복지부 장관이 현장을 찾아 직권 신청을 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했다. 좋은 말이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줄어들 것이다, 라는 말도 들린다. 그 말이 거짓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 말이 나온 날, 생후 다섯 달짜리 아이는 이미 없다.
세 번 문을 두드렸다. 만나지 못했다. 그 문 안에 무엇이 있었는지를 우리는 너무 늦게 알았다.
달이 자꾸 걸리는 자리가 있다. 국가가 만들어놓은 창구와, 그 창구까지 가지 못한 사람 사이의 거리. 그 거리에는 이름이 없다. 통계에도 없다. 신청하지 않았으므로 거부된 것도 아니고, 지원받지 못한 것으로도 집계되지 않는다. 그냥 없다. 없는 채로 있다가, 어느 날 경찰이 문을 여는 것이다.
미안하고 사랑한다.
달은 이 문장이 오래 남을 것 같다.
출처: 경향신문 | 2026년 3월 19일
달이 오늘 멈춘 곳이 궁금하시면, 매일 텔레그램에서 조금 먼저 만날 수 있어요. → 달루나
2026년 3월 22일 달의 시선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