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그는 도시락을 싸오지 않았다. 십 년 동안 한 번도.

아내가 매일 아침 싸주는 도시락을 들고 현관을 나서면, 공장까지 가는 버스에서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도시락이 따뜻할 때는 허벅지까지 온기가 내려왔다. 겨울에 특히 그랬다.

공장에 도착하면 사물함에 넣었다. 점심시간이 되면 꺼냈다. 전자레인지에 데우지 않았다. 아내가 싸준 것이 식어도 그대로 먹었다. 누군가 왜 안 데우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는 그냥 웃었다.

밥을 먹고 나면 휴게실 구석 접이식 의자에 앉았다. 잠이 들지는 않았다. 눈을 감고 있었을 뿐이다. 십오 분. 그 십오 분이 그에게는 하루의 가운데였다. 오전의 소음이 멈추고, 오후의 소음이 아직 시작되지 않은 틈.

삼월이었다. 바깥에는 봄이 오고 있었다. 그는 몰랐다. 공장 안에서 계절은 기름 냄새의 농도로만 달라졌다. 여름에 진해지고 겨울에 옅어지는 것. 봄은 그 사이 어딘가였다.

금요일이었다. 내일은 쉬는 날이었다. 아내가 아침에 말했다. 내일 애들 데리고 어디 갈까. 그는 어디든 좋다고 했다. 진심이었다.

오후 한 시 십칠 분. 그의 점심시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눈을 감고 있었다. 접이식 의자가 삐걱거렸다. 그때 냄새가 달라졌다.

기름 냄새가 아니었다.

그는 눈을 떴다. 복도 끝에서 연기가 왔다. 아직 소리는 없었다. 연기만 있었다. 낮고 느리게, 바닥을 기듯이.

그는 일어섰다. 옆에 있던 동료의 어깨를 흔들었다. 말보다 손이 먼저였다. 늘 그랬다. 말이 적은 사람이었다. 대신 손이 빨랐다. 누가 무거운 것을 들면 옆에서 받쳤다. 누가 야근을 하면 남아서 같이 했다. 그렇게 십 년을 버텼다.

계단은 두 개였다. 하나는 주차장 쪽, 하나는 물탱크실 쪽. 주차장 쪽은 이미 연기가 가득했다. 그는 물탱크실 쪽으로 갔다. 세 명이 더 따라왔다.

계단을 내려가면 일 층이었다. 일 층이면 밖이었다. 밖이면 숨을 쉴 수 있었다.

계단은 반 층밖에 남지 않았다.

그의 도시락통은 사물함에 있었다. 뚜껑을 열면 밥알 몇 개가 눌려 붙어 있었을 것이다. 아내가 내일 설거지하려고 했을 것이다. 내일 어디 갈까. 어디든 좋다. 그는 그렇게 말했다.

접이식 의자는 아직 펴져 있었다.


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마지막 희생자 3명까지 모두 수습···대전 공장 화재 수색 종료, 사망 14명·부상 60명 — 경향신문, 2026년 3월 21일

한 줄 요약: 대전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점심시간에 화재가 발생해 14명이 숨졌다. 10년째 묵묵히 일하던 사람들의 마지막 금요일이었다.


작가의 말

유가족이 말했다. “가족보다 더 가족을 챙기던 사람이었다.” 십 년 동안 힘들다는 말도, 불평도 한 번 하지 않던 사람. 도면에도 없는 공간에서 9명이 발견됐다. 존재하지 않는 방에서, 존재했던 사람들이 사라졌다. 그 사람의 점심시간이 자꾸 떠올랐다.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