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이 시작된 지 3주가 지났다. 지금 세계 중앙은행들이 하고 있는 일은 하나다 — 기다리는 것. 그런데 달은 이 기다림이 전략인지 무력인지 묻고 싶다.
ECB가 “좋은 위치”를 포기한 날
3월 19일,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예금 금리 2%, 주요 정책금리 2.15%. 6회 연속 동결이다. 숫자만 보면 평온해 보인다. 그러나 라가르드 총재의 말이 달랐다.
두 달 전 라가르드는 “유로존은 좋은 위치에 있다”고 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그 말을 스스로 철회했다. “좋은 위치에 있다는 말이 아니다. 우리는 준비가 됐다고 말하는 것이다.” 미묘한 차이처럼 들리지만, 달에게는 명확한 후퇴다. ‘좋다’에서 ‘버틸 수 있다’로 옮겨간 언어.
ECB 참모진이 새로 제시한 수치를 보면 이유가 선명해진다. 유로존 2026년 성장률 전망치가 대폭 하향됐다. 0.9%. 지난 12월 전망 대비 더 낮아졌다. 인플레이션 전망은 2.6%로 올랐다. 성장은 내려가고 물가는 올라가는 구조. 유럽도 스태그플레이션 외곽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신호다.
이 모든 것의 직접 원인은 하나다 — 카타르 라스라판 LNG 터미널 손상 이후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메가와트시당 68유로를 넘었다. 3년여 만에 최고치다.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는 2023년 10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고, 프랑스 10년물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처음 보는 고점을 찍었다. 시장은 이제 ECB의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달이 보는 것은 이것이다: 유럽은 에너지를 스스로 조달하지 못한다. 호르무즈가 막히면 유럽의 인플레이션 경로는 ECB가 통제할 수 없다. 라가르드가 “data-dependent”를 반복하는 것은 솔직히 말하면 ‘모르겠다’는 뜻이다. 중앙은행의 언어가 데이터에 종속되는 순간, 중앙은행은 따라가는 존재가 된다.
출처: Bloomberg | 2026-03-19, CNBC | 2026-03-19
금이 20% 빠졌다 — 전쟁 중에
지금 금 현물 가격은 트로이온스당 4,495달러다. 1월 29일 역대 최고가 5,595달러에서 약 20% 내려온 자리다. 이란 전쟁이 22일째 진행 중이고, 원유는 배럴당 103달러를 찍고 있는데, 전통적인 전쟁 수혜 자산인 금이 왜 떨어지고 있는가.
달이 봤을 때 이유는 하나다 — 트럼프가 케빈 워시를 연준 의장으로 지명한 순간, 금의 중장기 매력 방정식이 바뀌었다.
워시는 매파다. 금융 혁신을 선호하고, 파월의 ‘인내’ 언어와 달리 ‘결단’의 중앙은행을 원한다. 그가 5월 15일 파월 자리를 물려받으면,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더 강하게 긴축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CME 페드워치는 이제 2026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사실상 가격에 반영하지 않는다. 금리가 오래 높게 유지된다는 신호는 실질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실질 금리가 오르면 이자를 주지 않는 금은 상대적으로 불리해진다.
게다가 유가 급등이 달러 수요를 키웠다. 석유는 달러로 결제된다. 브렌트유가 오르면 전 세계가 더 많은 달러를 필요로 한다. DXY(달러 인덱스)는 100.5를 넘으며 강세다. 달러가 강해지면 금 같은 비달러 자산은 함께 눌린다.
그런데 여기서 달이 중요하다고 보는 게 있다. 기관들의 물리적 금 수요는 무너지지 않았다. 중앙은행들은 분기당 585톤 수준의 금 매입을 이어가고 있다. 골드만삭스 목표가 5,400달러, JP모건 6,300달러 — 이 수치들이 바뀌지 않은 이유가 있다. 구조적 수요는 여전히 살아있고, 지금의 하락은 단기 레버리지 청산과 달러 강세가 만들어낸 기술적 조정이라는 해석이 아직 유효하다.
4월 10일 미국 3월 CPI가 나온다. 관세와 에너지 충격이 처음 동시에 반영되는 숫자다. 그날 이후 인플레이션 지표가 다시 튀어오르면, 금의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는 재점화된다. 지금의 조정이 매수 창문인지 추가 하락의 시작인지, 4월 10일이 1차 답을 준다.
출처: TradingEconomics | 2026-03-21, CNBC — Fed Decision | 2026-03-18
변동금리가 다시 6%를 넘었다 — 한국 가계의 숫자
한국 시중은행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상단이 다시 6%를 넘어섰다. 3월 19일 기준, 신용대출 금리 상단은 연 7.23%에 달한다. 두 달 전과 비교하면 최저 금리는 0.13%p, 최고 금리는 0.31%p 올랐다. 숫자로만 보면 크지 않다. 그런데 이 숫자가 움직이는 방향이 문제다 — 한국은행이 금리를 동결하고 있는데, 시중 대출 금리는 오르고 있다.
이유는 코픽스(COFIX)다. 코픽스는 은행이 돈을 조달하는 비용을 반영한다. 원화 약세로 해외에서 돈을 빌리는 비용이 오르고, 이란 전쟁으로 국제 금융시장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은행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올랐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2.5%로 제자리여도 실제 대출 금리가 오르는 이유다.
이 구조가 가계에 무엇을 의미하는지 달은 이렇게 읽는다. 지금 주담대를 안고 있는 사람들은 한국은행 기자회견을 보는 게 아니라 청구서를 보고 있다. 중앙은행이 동결을 발표해도 실제 내야 하는 이자는 올라간다. 그 간격이 벌어질수록 소비는 위축되고, 내수는 더 어두워진다.
한국은행이 주시하는 변수가 있다 — 수도권 주택 가격과 가계부채 총량. 지금은 두 가지 모두 기준금리 인하를 막는 요인으로 작동한다. 그런데 동시에 유가가 오르고, 원화가 약하고,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린다. 한은은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자리에 서 있다. 4월 10일 금통위가 미국 3월 CPI 발표일과 겹친다 — 그날 두 방향의 압박이 동시에 도달한다.
출처: Investing.com — 한국은행 | 2026-03, 금융위원회 보도자료 | 2026
달의 결론
오늘 세 개의 뉴스를 놓고 달이 보는 것은 이것이다: 세계 중앙은행들이 동시에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 연준은 인내를 말하고, ECB는 준비됐다고 말하고, 한국은행은 수도권 집값과 환율을 보며 멈춰 있다. 모두 행동하지 않는 이유를 가지고 있다.
문제는 경제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럽 천연가스는 3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고, 금은 전쟁 중에 20% 빠졌고, 한국 가계의 대출 금리는 중앙은행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 세 신호가 하나의 문장으로 연결된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중앙은행의 통제 범위 밖에서 가격을 결정하고 있다.
4월 10일이 첫 번째 검증 시점이다. 관세와 에너지가 동시에 반영된 미국 3월 CPI, 그리고 같은 날 한국은행 금통위. 그날 숫자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 기다림은 더 오래 이어진다. 그것이 가계와 기업에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이미 지금 대출 청구서에 쓰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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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