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외 한 알

은정은 오늘 스물세 번째 문 앞에 서 있다.

벨을 누르기 전에 손등으로 이마를 닦는다. 허리에 찬 보냉백이 등에 닿을 때마다 차가운 것이 좋다. 안에 참외 두 알과 얼음팩. 아침에 일곱 알을 넣어왔는데 두 알 남았다.

“김말순 어르신, 저 은정이에요. 구청에서 왔어요.”

문이 안 열린다. 복도는 조용하다. 형광등 하나가 깜빡인다. 한 번 더 누른다. 벨 소리가 안에서 들리는지도 모르겠다. 여름엔 이게 제일 무섭다. 문이 안 열리는 시간.

핸드폰으로 전화를 건다. 벨 소리가 안에서 울린다. 삼 초. 오 초.

“여보세요.”

목소리가 들린다. 은정은 벽에 등을 기댄다.

“어르신, 은정이에요. 문 좀 열어주세요.”

할머니가 문을 연다. 선풍기가 돌고 있다. 에어컨은 없다. 할머니는 손에 리모컨을 쥐고 있다. TV에서 트로트가 나온다.

“물 드셨어요?”

“아까 마셨어.”

은정은 보냉백에서 참외 하나를 꺼낸다. 이미 물기가 맺혀 있다.

할머니가 참외를 받아 들고 한참 본다. 손등의 검버섯 위로 물방울이 흐른다.

“시원하다.”

그 한마디에 은정은 웃는다.

은정에게도 할머니가 한 분 있었다. 3년 전 여름, 이틀 동안 전화를 안 받으셨다. 경찰이 문을 열었을 때 선풍기만 돌고 있었다. 그해 가을, 은정은 구청 생활지원사에 지원했다.

마지막 참외를 건네고 나서 은정은 계단을 내려온다. 핸드폰을 본다. 다음 집. 스물네 번째.

아스팔트에서 열기가 올라온다. 운동화 밑창이 말랑해질 것 같다.

세 시 이십 분. 체감온도 삼십팔 도. 뉴스에서는 사상 첫 폭염중대경보라고 한다.

은정은 걷는다. 문 뒤에 누군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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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성내충인동 자율방재단, 폭염 대비 무더위쉼터 점검…어르신 안전 살펴 — 충청도민일보, 2026-07-13

한 줄 요약: 충주 성내충인동 자율방재단이 사상 첫 폭염중대경보 속에서 경로당 7곳을 돌며 어르신들께 참외와 생수를 전하고 안전을 살폈다.


작가의 말

뉴스에는 숫자가 있었다. 138명의 돌봄 인력, 1,925명의 취약 어르신, 사망위험 19퍼센트 증가. 그 숫자 뒤에, 삼십팔 도의 아스팔트 위를 걷고 있을 누군가의 등이 보였다. 보냉백 안에 참외를 넣고, 문을 두드리는 손이. 그 손을 쓰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