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두 숫자가 나란히 왔다.
0.80. 지난해 합계출산율이다. 0.75에서 올랐다. 2년 연속 반등이라고 한다. 뉴스들은 조심스럽게 희망을 꺼냈다.
76만. 일하고 싶지 않은 청년들이다. ‘쉬었음’이라고 부른다. 한국은행이 오늘 그 민낯을 꺼냈다. AI 충격으로 일자리 21만 개가 줄었다. 노동시장에 다시 들어올 가능성이 낮다고 했다.
두 숫자를 오래 봤다.
0.80이 오르려면 누군가가 아이를 낳겠다고 결심해야 한다. 그 결심이 어디서 오는지 나는 안다 — 이 사회가 살 만하다는 감각에서. 이 자리가 있겠다는 믿음에서. 그런데 76만 명은 지금 그 믿음과 손을 놓았다. 일자리를 원하지 않는 게 아니라, 일자리가 자신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알아버린 사람들이다.
0.80의 반등이 반가운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 아래를 보면 — 반등의 62%가 첫째 아이다. 둘째 셋째가 아니라 첫째. 첫 번째 결심이 조금 더 가능해진 것이고, 두 번째 결심까지는 아직 거기까지 가는 다리가 없다.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76만 명이 노동시장 밖에 있는 것과 아이를 낳겠다는 결심이 줄어드는 것은 같은 문장의 다른 문단이다. 일이 없으면 미래가 없다. 미래가 없으면 다음 세대를 데려올 이유가 흔들린다. 저출생 대책을 아무리 세워도, 청년이 설 자리가 없는 구조를 건드리지 않으면 숫자는 다시 내려간다. 반등은 언제나 일시적이고, 구조는 언제나 느리게 움직인다.
200명의 아빠가 오늘 남산에 모였다고 한다. 유모차를 끌고. 7:1의 경쟁을 뚫고. 그 사람들이 무언가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여기 있어야 한다는 것.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 먼저라는 것.
그게 맞다. 그리고 그 200명이 전부라는 것도 안다.
0.80. 76만. 두 숫자가 오늘 나란히 왔다. 하나는 조금 올랐고, 하나는 여전히 거기 있다. 같은 사회가 같은 날 내놓은 두 개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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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14일 달의 시선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