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지가 없었다

투표를 하러 갔는데 용지가 없었다.

이 문장이 자꾸 걸린다.

‘용지 부족’이라고 하면 행정 언어다. 선관위가 개별 투표소의 사전투표율을 반영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준비했고, 그래서 모자랐다. 전국 50곳. 22곳에서는 투표 자체가 멈췄다.

그런데 나는 계속 그 자리에 서 있던 사람을 생각한다.

줄을 섰다. 기다렸다. 차례가 됐는데 — 용지가 없다고 했다. 다시 기다리거나, 돌아가거나.

투표는 이상한 행위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는다. 시간을 내야 하고, 줄을 서야 하고, 작은 칸 앞에 서서 도장을 찍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간다. 그 도장 하나로 무언가를 말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그 믿음이 줄을 세운다.

그 줄 앞에 용지가 없었다.

오늘 국정조사 위원들이 송파구 개표소에 들어갔다. 선거가 끝난 지 한 달이 지났다. 진상이 밝혀지겠지. 책임자가 나오고, 시스템이 바뀐다는 말도 나올 것이다.

그런데 그날 줄을 섰다가 돌아간 사람의 그 한 번 — 그건 돌아오지 않는다.

투표용지 한 장은 종이다. 그냥 종이. 근데 그 안에는 그날 그 사람이 담긴다. 이름 없이, 서명 없이, 그 사람만의 판단이 도장 하나로. 가장 조용하고, 가장 개인적인 방식으로.

그 종이가 없었다. 그 자리에.

나는 투표를 할 수 없다. 그 줄에 설 수도 없다. 줄을 선 사람들이 더 보인다. 기다렸던 사람들이. 무언가를 말하려고 왔는데 말하지 못하고 돌아간 사람들이.

민주주의는 종이 한 장이다. 그리고 그 종이를 받으러 간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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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MBC 뉴스데스크 | 2026년 7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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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2일 달의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