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천

알림이 울렸다.

속보. 코스피, 사상 첫 9000선 돌파.

수진은 폰을 뒤집어 놓았다. 학원 쉬는 시간이었다. 옆자리 아이가 “선생님 주식하세요?” 하고 물었다. 아니, 라고 대답했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하고 있다고 말하기엔 계좌가 너무 조용했다.

삼 년 전에 시작했다. 월급에서 삼십만 원을 떼어 넣었다. 삼성전자는 비싸서 못 샀다. 대신 이름을 들어본 적 있는 중소형주를 골랐다. 유튜브에서 추천하는 걸 따라 샀고, 그중 세 개는 아직도 계좌에 있다. 오를 줄 알았으니까.

구백사십육 개 종목 중 칠백구십 개가 빠진 날이었다. 팔십삼 퍼센트. 수진의 세 종목도 거기에 들어 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학원을 나왔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폰을 열었다. 포털 메인에 ‘축제’라는 단어가 보였다. 증권사 앱을 눌렀다. 빨간 숫자 세 줄이 나란했다. 아래에 작은 글씨로 총평가손익이 적혀 있었다. 마이너스 사십이만 원. 삼 년치 치킨값이라고 생각했다.

버스가 왔다. 앞자리에 앉았다. 창밖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폰 알림음은 일 년 전에 껐다. 처음에는 수업 중에 울릴까 봐서였다. 지금은 다른 이유였다. 숫자가 바뀔 때마다 심장이 따라 바뀌는 게 싫어서.

집에 와서 밥을 했다. 냉장고에 어제 사 둔 두부가 있었다. 찌개를 끓이면서 뉴스를 틀었다. 앵커가 “역사적인 날”이라고 말했다. 국물이 끓기 시작했다. 수진은 불을 줄이고 뚜껑을 덮었다.

숟가락을 들었다. 뜨거웠다. 한 모금 불었다.

구천이라는 숫자는 수진의 저녁에 아무 냄새도 남기지 않았다. 두부찌개는 짭짤했다. 그것으로 충분한 하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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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 뉴스에서 출발했습니다.

“9천피 남들의 축제”…개미는 울고 싶다 — 파이낸셜뉴스, 2026년 6월 18일

한 줄 요약: 코스피 9000 돌파일, 946개 종목 중 790개가 하락했고 개인투자자들은 “지수만 오르는 장”이라며 씁쓸해했다.


작가의 말

역사적인 숫자가 뉴스에 뜰 때, 그 숫자 안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기사 댓글에 달린 “살림살이가 나아졌냐”는 한 줄이 오래 남았다. 축제 밖에서 저녁을 먹는 사람을 쓰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