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화 — 2026년 6월 19일
달의 뉴스레터
청년이 사라지고, 아이가 줄어드는데, 정부는 간판만 바꿔 달았다.
25만 명이 증발했다 — 청년 고용 쇼크, 구조의 문제다
2026년 5월, 15~29세 청년 취업자가 전년 동월 대비 25만 5,000명 감소했다. 코로나19 충격이 정점이던 2021년 1월(-31만 4,000명) 이후 5년 4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같은 달 전체 취업자는 4만 명 감소했지만, 청년층 감소폭은 6배가 넘는다. 청년 취업자는 2022년 11월 이후 43개월 연속 감소 중이다. 청년층 고용률은 43.8%로 1년 전보다 2.4%포인트 떨어졌고, ‘쉬었음’ 인구(구직도 포기하지도 않은 비경제활동인구)는 한 달 새 4만 7,000명 더 늘었다. 2026년 1월 기준 청년 쉬었음은 46만 9,000명으로 5년 만에 최대, 20~30대를 합치면 이미 70만 명을 넘어섰다.
왜 지금인가. 표면적으로는 제조업 부진이다. 5월 제조업 취업자는 14만 명 줄었고 23개월 연속 하락이다. 반도체 수출이 사상 최대를 경신하는 동안 고용은 늘지 않는다 — 반도체 산업의 자동화율이 타 제조업 대비 세 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AI가 전문서비스업의 신입 업무를 대체하고 있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챗GPT 출시 이후 3년간 청년층 일자리 21만 1,000개가 사라졌다. 경력직 선호도 구조화됐다. 2025년 상반기 채용 공고의 82%가 경력직 전용이었고, 순수 신입만 채용하는 기업은 2.6%에 그쳤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청년 쉬었음’을 개인의 나태나 눈높이 탓으로 돌리는 시각은 데이터와 어긋난다. 한국은행 분석(2026-3호)에 따르면 쉬었음 청년 중 중소기업을 원하는 비중이 다른 미취업 청년보다 오히려 높다 — 눈높이 문제가 아니다. 구조적 배제다. 쉬었음 상태에서 한 달 내 취업에 성공할 확률은 5.6%로, 실업 상태(26.4%)의 5분의 1 수준이다. ‘쉰다’는 건 노동시장에서 사실상 단절된다는 뜻이다.
달의 의심.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구직촉진수당 인상(월 50만→60만 원)과 AI 교육 지원이다. 그런데 문제의 핵심이 “신입을 안 뽑는 기업 구조”라면, 구직자를 훈련하는 것은 입구 없는 문 앞에 사람들을 더 잘 줄 세우는 일일 뿐이다. 60세 이상 취업자가 같은 달 17만 1,000명 늘었다는 사실도 눈에 걸린다 — 노인 일자리 정책이 공공 재정으로 고용 지표를 방어하는 동안, 청년의 민간 고용은 비어 간다.
어디로 가는가. 쉬었음 청년이 노동시장에서 멀어진 기간이 길수록 재진입 확률은 급락한다. 지금의 청년 고용 위기는 10~15년 후 한국의 세금 기반, 국민연금 납부자 수, 소비 시장 규모를 직접 결정한다. AI가 신입 직무를 지우는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채용 구조 자체를 강제로 바꾸지 않으면 — 신입 채용 기업 인센티브 강화, 공공 직접 고용 확대, 대기업 청년 채용 의무화 등 — 이 구조는 저절로 바뀌지 않는다.
출처: 파이낸셜뉴스 | 2026-06-11 · 경향신문 | 2026-06-11 · 한국은행 BOK 이슈노트 | 2026-01-20 (연간 통계)
‘4세 고시’를 없앴더니 ‘8세 고시’가 생겼다 — 금지법이 비껴간 사교육의 현실
2026년 9월부터 이른바 ‘영어유치원'(유아 대상 영어학원)의 입학 선별 시험이 전면 금지된다. 여야가 합의한 학원법 개정안이 2025년 12월 국회를 통과하고 2026년 3월 공포됐다. ‘4세 고시’와 ‘7세 고시’ — 만 3~5세 아이들이 영어학원 입학을 위해 치르던 시험들 — 를 막겠다는 취지다. 위반 시 영업정지 또는 등록 말소. 그런데 이미 학원가의 대응이 나왔다. 자체 레벨 테스트 대신 토플·토익 성적표 제출, 영어 구술 면접, 영상 포트폴리오 요구. 7세 입학 시험을 초등학교 입학 후로 미룬 학원은 스스로 “8세 고시”를 만들었다. 한 어학원은 계열사 3~4세반 수료자만 입학 자격을 주는 방식으로 사실상 ‘3세 선별’로 진입장벽을 더 앞당겼다.
왜 지금인가. 시행이 9월로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금, 업계의 편법 우회가 이미 작동 중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2026년 5월 발표한 ‘사교육 실태 백서’에 따르면, 영어유치원은 2018년 562곳에서 2025년 820곳으로 증가했다. 영유아 인구는 줄었는데 학원은 늘었다 — 경쟁은 더 치열해졌고 비용은 더 올랐다. 영어유치원 월평균 수업료는 150만 원을 넘고, 초등 대상 대입 학원 수업료는 300만 원 이상이다. 2025년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27.5조 원이었고,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60.4만 원이다.
실제로 무슨 말인가. 금지법이 막은 건 입학 전 시험이라는 형식이지, 선별이라는 기능이 아니다. 반 배정 후 진단 평가는 여전히 허용된다. 시장은 이 구멍을 즉시 파고들었다. 토플 성적이나 구술 면접이 지필 시험보다 더 불투명하고 더 고비용을 요구할 수 있다. 규제의 역설이다. 더 중요한 건 형평성 문제다 — 국공립 어린이집과 일반 유치원의 영어 수업은 규제하면서, 월 150만 원짜리 영어유치원은 허용 대상에 그대로 남아 있다. 경제적 여력이 없는 가정의 아이는 처음부터 배제다.
달의 의심. 법이 통과됐을 때 한겨레와 참여연대 등 진보 진영에서 오히려 비판이 강하게 나왔다는 점은 흥미롭다. 이 법이 사교육을 줄이는 게 아니라 더 교묘하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였다. 지금까지의 경과를 보면 그 우려는 적중하는 중이다. ‘금지’라는 형식의 정치적 성과가 필요했지만, 시장 구조를 바꾸지 않은 규제는 풍선만 다른 곳으로 밀었다.
어디로 가는가. 9월 시행 이후 업계의 편법 사례가 본격 보도될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의 추가 규제 — 영어학원 내 한국어 사용 금지 관행 제한, 주입식 수업 과태료 등 — 는 아직 입법 추진 단계다. 근본적으로, 사교육 수요는 공교육에 대한 불신과 대입 구조에 연결돼 있다. 입학시험 형식 하나를 금지해서는 줄지 않는다. 어제 달의 뉴스레터에서 다뤘던 N수생 시장 3조 원이 그것을 증명한다 — 사교육은 막히면 돌아간다.
출처: 주간경향 | 2026-06-08 · 주간경향 | 2026-03-30 · 다음뉴스(연합뉴스 원문) | 2026-03-19
인구부는 없고, 위원회만 남았다 — 인구전략위원회 출범이 말하는 것
2026년 5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인구전략위원회’로 이름을 바꿨다. 권한도 강화됐다 — 예산 사전협의권, 정책 통합·폐지 권고권, 외국인·이민·지역소멸까지 포괄하는 인구정책 수행. 같은 시기 이재명 대통령이 추진했던 부총리급 ‘인구부’ 신설은 최종 무산됐다. 정부조직개편안과 국정세부과제 발표 모두에서 빠졌다. 대신 대통령이 기본사회위원회 위원장을 직접 맡는 방식으로 인구 문제를 컨트롤하겠다고 했다.
왜 지금인가. 한국은 2025년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어 공식적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26년은 초고령사회 원년이다. 동시에 2024년 바닥을 찍은 출산율(0.75명)이 2025년 소폭 반등(0.83명 추정)하며 ‘반전’이냐 ‘착시’냐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인구정책 거버넌스를 재편하는 타이밍은 바로 지금이다. 그런데 9년간 5명의 부위원장이 교체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역사가 다시 떠오른다 — 이름을 바꾼다고 구조가 바뀔까.
실제로 무슨 말인가. 국회입법조사처는 2024년 보고서에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설립 의도와 달리 각 부처 정책을 나열하는 데 그쳤고, 부처 간·중앙·지방 간 연계 역량도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인구전략위원회는 예산 사전협의권을 갖지만, 그 권한이 실제로 기획재정부나 복지부 예산을 조정할 수 있는 구속력을 갖는지는 불명확하다. 집행권이 없는 위원회의 권고는 각 부처가 채택하지 않으면 그냥 의견에 그친다. 인구부 신설이 무산된 배경에는 부처 간 권한 다툼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달의 의심. 일부 전문가들은 역설적인 주장을 한다 — 인구부가 없어도 출산율은 반등할 것이라고. 2022~2023년 코로나로 미뤄졌던 결혼이 쏟아지면서 2025~2027년 사이 자연스러운 출산율 반등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인구전략위원회는 자기 공로를 주장하게 될 것이고, 구조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반대로 반등이 일시적 착시로 끝난다면, 위원회는 또 한 번 개편되거나 간판을 바꿔 달 것이다.
어디로 가는가. 인구정책은 단기 출산율 수치가 아니라 20~30년 단위로 설계되어야 한다. 지금 태어난 아이가 노동시장에 들어오는 것은 2045년이다. 그 사이에 필요한 건 주거 비용 구조 개혁, 교육비 부담 완화, 경력 단절 없는 노동시장 설계다. 이 모든 것이 연결돼 있다 — 어제 경제·금융 섹션에서 다뤘던 집값의 덫이 출산율을 누르는 핵심 구조이기도 하다. 위원회 이름이 아니라 그 구조를 건드릴 의지가 있는지가 관건이다.
출처: 브라보마이라이프 | 2026-05 (발행월) ·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 2026-04 (발행월) · 베이비뉴스 | 2026-05-09
달의 결론
오늘 세 꼭지는 하나의 연결 고리로 이어진다. 청년이 일자리를 잃고 쉬면 결혼이 미뤄지고, 사교육비 부담이 출산을 망설이게 하고, 인구 정책 거버넌스는 구조를 바꾸지 못한 채 간판만 교체됐다. 같은 메커니즘이 세 개의 다른 얼굴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청년 고용 쇼크의 핵심은 AI와 경력직 선호라는 구조 변화다. 여기서 내가 틀린다면 — 제조업 부진이 일시적 경기 사이클에 가깝고, AI의 신입 대체 속도가 우려보다 느리다면, 청년 취업자 수는 하반기 반등할 수 있다. 하지만 43개월 연속 감소라는 숫자는 경기 사이클로 설명하기 어렵다.
사교육 금지법은 형식을 규제했지만 기능을 남겼다. 9월 이후 업계가 어떤 새로운 우회로를 만들어내는지가 이 법의 실제 효과를 측정하는 바로미터다. 인구전략위원회는 예산 협의권을 얻었다. 그것이 실제 권한으로 작동하려면 기재부가 그 권고를 따라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 정책 역사에서 자문위원회가 기재부 예산을 이긴 사례는 드물다.
내가 틀린다면 — 인구전략위원회가 실질적 부처 간 조정 기능을 발휘하고, 출산율 반등이 구조적 변화(주거비·육아 부담 완화)와 맞물려 지속된다면, 2030년대 한국은 다른 경로로 접어들 수 있다. 그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다만 과거의 저고위 역사는 그 가능성에 신중한 눈길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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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