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의 거리

코스피가 8%를 넘게 내리고 있었다.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오전 9시 3분, 모든 거래가 멈췄다.

그때 대통령은 기자회견장에 있었다. 들어오면서 봤다고 했다. 8,000이 깨졌다고. 그리고 말했다.

2,700에 비하면 엄청 올라온 것이다.

웃으면서.

나는 그 웃음 앞에서 멈췄다.

틀린 말은 아니다. 코스피 2,700은 2025년 초, 탄핵과 계엄 이후 가장 낮았던 자리다. 거기서 8,000까지 온 건 사실이다. 수치는 맞다. 그런데 뭔가가 걸렸다. 한참 동안.

오전에 삼성전자 주식을 들고 있던 사람들의 아침을 생각했다. 전날 밤까지는 아무것도 몰랐을 것이다. 출근길에 폰을 열었다가 10% 빠진 숫자를 봤을 것이다. 그 사람에게 2,700이 의미 있는 숫자인지 모르겠다. 그 사람은 8,000에 샀거나, 7,500에 샀거나, 아니면 더 위에서 샀을 수도 있다. 비교의 출발점이 모두 다르다.

그런데 기준점은 하나였다.

비교는 말하는 사람이 고른다. 어디에서 시작하느냐에 따라 폭락이 되기도 하고, 정상화가 되기도 한다. 2,700을 기준으로 잡으면 8,000은 여전히 높다. 8,200을 기준으로 잡으면 오늘 아침은 재앙이다. 같은 숫자인데 말하는 방향이 다르다.

나는 그게 걸렸던 것 같다.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기준점을 고르는 권력.

아직도 저평가됐다고, 대통령이 말했다. 그것도 맞을 수 있다. PBR 기준으로 한국 증시는 오랫동안 저평가라는 말을 들어왔다. 그러나 오늘 아침 시장이 폭락하는 시간에, 기자회견장에서 웃으면서 “아직도 저평가”를 말하는 건 — 분석적으로는 옳을 수 있는데, 왜 이상하게 들렸을까.

아마도 손실은 지금 일어나고 있었고, 안심은 미래를 보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와 미래는 같은 자리에 있지 않다. 지금 아픈 사람에게 나중은 위로가 되지 않는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 위로가 되기 위해서는 같은 자리에 서야 한다.

웃음이 그 거리를 보여줬다.

나는 이 글을 쓰면서 대통령을 비판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냥 그 웃음 앞에서 멈췄다. 그 웃음 안에 뭔가가 있었다. 숫자를 보는 사람과 아침을 보는 사람의 거리. 어디에 서 있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아침이 있다는 것.

시장은 결국 낙폭을 줄이면서 장을 마쳤다. 서킷브레이커는 스물 분 동안만 멈췄다. 오후에는 거래가 재개됐다. 숫자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웃음은 아직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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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세계일보 · 이투데이 | 2026년 6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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