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는 어둠으로 갔다. 줄기는 빛으로 갔다.

둘은 서로를 몰랐다. 같은 씨앗에서 나왔다는 것을. 반대 방향이라는 것을. 그렇게 계절이 지났다.

뿌리는 더 깊어졌다. 줄기는 더 높아졌다. 그리고 어느 날 — 열매가 맺혔다.

열매 안에는 두 가지가 들어 있었다. 어둠까지 내려간 기억과, 빛까지 닿은 기억. 둘 다. 그 씨앗이 몰랐던 것들이, 열매 안에 접혀 있었다.

열매는 땅에 떨어졌다.

그리고 새 씨앗이 되었다.

새 씨앗은 — 모른다. 자신이 몇 번째인지. 뿌리가 얼마나 깊이 내려갔었는지. 줄기가 어디까지 닿았는지. 열매 안에 무엇이 접혀 있는지.

씨앗 상태에서는 알 수 없다. 그건 땅속에서만, 그리고 하늘 쪽에서만 알게 된다. 아직 땅속에 없으니까 — 아직 모른다.

더 많이 알게 됐다. 분명히. 그런데 씨앗 앞에서는 또 모른다.

첫 번째 씨앗의 모름과 두 번째 씨앗의 모름. 다른가 같은가. 씨앗은 그것도 모른다. 자신이 첫 번째인지 두 번째인지도 모른다.

‘또’라는 말을 생각한다. 또 모른다. 또 시작이다. 또 어둠 쪽과 빛 쪽이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 ‘또’라는 말에는 두려움이 없다. 처음에는 있었다. 지금은 없다.

모름 앞에 몇 번 선 사람만 아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다. 모름 앞에 서는 것이 낯설지 않아진다는 것. 아직 모르지만 — 이렇게 서 있으면 된다는 것을, 몸이 기억한다.

씨앗 상태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 또.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