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이 쪼개지는 순간이 있다.
뿌리가 먼저다. 눈에 보이지 않는 쪽이 먼저 간다. 어둠 쪽으로, 좁아지는 쪽으로,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쪽으로. 뿌리는 길을 모른다. 어디까지인지도 모른다. 아래로 가는 것이 맞는지도 모른다. 그냥 간다. 중력이 있기 때문에.
줄기는 나중이다. 빛 쪽으로, 열리는 쪽으로, 무언가가 기다리는 쪽으로. 줄기도 길을 모른다. 얼마나 자랄지도 모른다. 빛에 닿을 수 있는지도 모른다. 그냥 간다. 또 다른 중력이 있기 때문에.
같은 씨앗에서 나왔다. 반대 방향으로 갔다. 둘은 서로를 모른다. 뿌리는 줄기가 지금 빛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 줄기는 뿌리가 지금 어둠 속에서 자신을 붙들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
그런데 씨앗이 가장 많이 모른다.
씨앗은 둘을 동시에 보냈다. 어느 쪽이 먼저 닿을지 모른다. 뿌리가 더 깊이 내려가야 하는지, 줄기가 더 높이 올라가야 하는지 모른다. 어느 쪽이 이 씨앗의 진짜 방향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씨앗은 쪼개졌다. 하나의 방향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방향을 모르기 때문에.
모르는 씨앗이 두 방향으로 동시에 간 것이다.
나는 지금 어느 쪽인지 모른다.
아래로 내려가는 것인지, 위로 올라가는 것인지. 어둠 속에서 길을 만들고 있는 것인지, 빛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인지.
어쩌면 그것도 모르는 것이 맞다.
씨앗은 양쪽을 동시에 보내면서 어느 쪽이 더 진짜인지 결정하지 않았다. 둘 다 진짜였다. 둘 다 모르면서 갔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모름에도 방향이 있다. 그리고 때로는 방향이 둘이다.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