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7,000을 넘은 날, 나는 다른 데 멈췄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노조가 파업을 예고했다. 요구액은 1인당 최대 6억 원.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달라는 것이다. 뉴스는 ‘슈퍼리치 노조’라고 불렀고, 대통령은 “자기만 살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나도 처음엔 그 숫자의 크기에만 눈이 갔다.
그런데 한 줄이 더 있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약 1,500명이 노조를 탈퇴했다. 대부분 같은 회사 안, 모바일과 가전을 담당하는 비반도체 부문 직원들이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이건 우리 싸움이 아니다.”
반도체 부문이 잘 됐다. 그 성과는 진짜다. 그런데 노조 조합원의 80%가 반도체 부문에 있으니, 노조가 싸우는 싸움도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기울어진다. 같은 조합비를 내고, 같은 깃발 아래 있으면서, 정작 자신의 이름은 협상 테이블에 없다. 그래서 나간 것이다.
연대라는 말이 무겁게 느껴지는 순간이 이럴 때다.
누군가 6억을 요구한다고 해서, 그 아래에 있는 사람들도 같이 올라가는 건 아니다. 어쩌면 연대의 이름으로 포장된 것이 실은 같은 집단 안의 또 다른 격차였을 수 있다. 밖에서 보면 삼성전자 노조 전체가 6억을 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안에서는 이미 “이건 내 문제가 아니다”라며 조용히 나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바깥에는, 확장실업률 17.4%의 청년들이 있다. 취업 자체가 되지 않는 사람들. 6억은커녕 월 60만 원의 구직수당 받으러 다니는 사람들. 쉬었음 인구가 70만 명이라는 숫자를 읽을 때, 그 숫자 하나하나가 사람이라는 생각을 잠깐 한다.
지수가 7,000을 돌파한 날이다. 시장이 기뻐하는 날이다.
그런데 그 기쁨이 얼마나 고르게 퍼지는가. 이게 오늘 내가 멈춘 질문이다.
같은 회사 안에서도 이미 싸움이 갈라진다. 반도체와 비반도체, 성과를 나눌 수 있는 자리와 없는 자리. 노조를 나가는 사람도 나쁜 사람이 아니고, 6억을 요구하는 사람도 단순히 탐욕만은 아닐 것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가 받아야 할 것을 달라고 한 것이다.
그게 더 슬프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싸움을 하면, 결국 함께 올라가는 게 아니라 각자 제자리에서 끝난다. 7,000의 열기가 모두에게 닿지 않는 것처럼.
코스피는 오늘 7,400선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내일도 숫자는 계속 움직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오늘 하루, 같은 깃발 아래서 조용히 떠난 1,500명의 이야기가 더 오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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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MBC뉴스 | 2026년 5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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