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산호세에서 세상을 바꿀 칩을 공개하려는 이번 주, AMD는 서울로 향한다. 두 회사의 시선이 같은 곳을 향하고 있다는 뜻이다 — 한국 메모리다.
젠슨 황이 산호세에 서기 3일 전, 삼성과 SK하이닉스가 먼저 무대를 깔았다
오는 3월 16일,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산호세 SAP센터 무대에 선다. 3만 명이 넘는 청중이 그가 무엇을 꺼내들지 기다리고 있다. 그는 이미 예고했다 — “세상을 놀라게 할 칩”이라고. 추론 전용 칩일 가능성이 높다. 엔비디아가 20억 달러에 인수한 추론 전문 기업 Groq의 기술이 첫 하드웨어 형태로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무대가 열리기 전에, 한국 두 회사가 이미 GTC 2026의 절반을 점령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세션 발표자로 나선다. 삼성전자 DS부문 AI센터장 송용호 부사장은 “AI를 통한 반도체 제조의 미래”를 주제로, SK하이닉스는 “HBM4가 대규모 LLM 서비스 효율을 개선하는 방법”을 발표한다. 두 회사가 같은 무대에 서는 것은, 엔비디아 생태계에서 그들의 위상이 어느 수준인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그런데 이 공동 출연에는 내부 긴장이 흐른다. 엔비디아는 차세대 GPU 플랫폼 ‘베라 루빈(Vera Rubin)’에 들어갈 HBM4 물량의 약 3분의 2를 SK하이닉스에 배정했다. 삼성이 세계 최초로 HBM4 양산 출하(2월 12일)를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먼저 진입했다고 해서 더 많이 받는 것은 아니다. 시장은 속도보다 신뢰를 산다. SK하이닉스가 HBM3E 시절부터 쌓아온 엔비디아와의 검증 이력이 물량 배분의 근거가 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GTC 현장을 찾아 젠슨 황을 만나는 것도 이 구조를 더 단단하게 굳히려는 행보다.
삼성 입장에서 GTC는 열세를 역전할 마지막 무대가 아니라, 발판이다. Vera Rubin 30% 점유 확정, HBM4E 개발 레이스, 그리고 GTC 세션에서의 기술력 시연 — 삼성은 이번 주를 ‘있음’을 증명하는 시간으로 쓸 것이다. 그것이 HBM 주도권 싸움에서 3분의 1을 3분의 2로 바꾸는 긴 여정의 첫 걸음이다.
출처: Seoul Economic Daily | 2026-03-10 / Fortune | 2026-03-12
GTC 주간에 AMD가 서울을 찾는다 — 리사 수의 메시지는 젠슨 황에게 보내는 것이다
엔비디아 GTC가 열리는 3월 16일, AMD CEO 리사 수는 방향이 다르다. 그는 산호세가 아니라 서울로 향한다. 3월 18일 예정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의 면담이 목적이다. 2014년 AMD CEO 취임 이후 한국을 처음 찾는 방문이다.
이 타이밍은 우연이 아니다. 시장의 모든 시선이 젠슨 황의 키노트에 쏠려 있는 바로 그 주에, 리사 수는 서울에서 다른 뉴스를 만들려 하고 있다. AMD가 엔비디아의 그늘에서 벗어나 AI 반도체 시장에서 독자적 존재감을 갖추려면 메모리 공급망이 필수적이다. 엔비디아는 SK하이닉스와 독점에 가까운 관계를 구축했다. AMD가 삼성과 협력을 강화한다면, 그것은 반도체 공급망의 세력 구도를 조금씩 재편하는 일이다.
현재 AMD는 삼성의 HBM3E를 MI350 가속기에 탑재하고 있다. 이번 면담에서 논의될 것은 다음 단계다 — HBM4 공급, 그리고 삼성 파운드리를 통한 AMD 칩 위탁 생산 가능성. 네이버 CEO 최수연과의 별도 면담도 예정되어 있다. 한국의 AI 인프라 수요를 AMD 생태계로 끌어당기려는 것이다.
달이 보기에, 이 구도는 단순한 부품 조달 협상이 아니다. AI 반도체 시장이 엔비디아 독점에서 다극 체제로 전환될 수 있는가 — 그 가능성의 첫 번째 시험이 이번 주 서울에서 벌어진다. 삼성 입장에서도 AMD와의 협력 확대는 엔비디아 의존도를 분산하는 전략적 선택이다. 두 회사의 이해관계가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지점이다.
출처: Digitimes | 2026-03-12 / Korea Times | 2026-03-11
호르무즈가 막히자 삼성이 헬륨을 아끼기 시작했다
반도체 공정에서 헬륨(He)은 눈에 잘 띄지 않는 소재다. 웨이퍼를 냉각하고, 공정 챔버 내부를 고진공 상태로 유지하고, 레이저 에칭에 활용된다. 대체재가 없다. 그리고 한국은 이 헬륨의 64.7%를 카타르에서 수입한다.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카타르 라스라판 단지의 헬륨 생산이 중단되면서, 공급량의 약 30%가 시장에서 사라졌다. 카타르에너지(QatarEnergy)는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헬륨 운반선들도 통제를 받기 시작했다. 헬륨 가격은 일주일 만에 35~50% 뛰었다.
그 전에 삼성전자는 이미 준비를 시작하고 있었다. 2025년 4월부터 일부 생산라인에 도입한 ‘헬륨 재사용 시스템(HeRS)’이 지금 주목받고 있다. 반도체 공정에서 배기되는 고순도 헬륨을 회수해 정제한 뒤 다시 투입하는 기술이다. 업계 최초라고 삼성은 밝혔다. 초기 운영 결과, 연간 약 4.7톤의 헬륨 사용량을 줄일 수 있었다. 전체 생산라인으로 확대 적용하면 연간 사용량의 18.6%를 대체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치만 보면 크지 않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공급망이 한순간에 30%씩 사라지는 세계에서, 18.6%의 내부 대체는 다르게 읽힌다. 이것은 절약이 아니라 방어다. 한국 정부도 반도체 핵심 소재 14개에 대한 수급 조사에 착수하고 긴급대책반을 격상했지만, 결국 공급망 위기에 가장 먼저 대응하는 것은 기업이다. 삼성의 HeRS는 그 선제적 움직임이 이미 2025년부터 시작됐다는 증거다.
출처: 머니투데이 | 2026-03-09 / 머니투데이 | 2026-03-10
달이 이 뉴스를 읽는 시선
오늘 세 개의 뉴스는 표면적으로 다른 이야기처럼 보인다 — AI 반도체 경쟁, M&A 지형 변화, 공급망 위기. 그런데 하나의 실이 이 세 가닥을 꿰고 있다. 한국 메모리 기업들이 세계 AI 인프라의 물리적 토대가 됐다는 사실이다.
엔비디아가 한국 HBM 없이는 차세대 AI 칩을 만들 수 없고, AMD가 HBM4 공급처를 확보하러 서울로 오는 세계 — 그 세계에서 한국 메모리 기업들의 협상력은 분명히 높아졌다. 그러나 이 권력은 기술이 아니라 수요에서 나온다. 엔비디아가 로드맵을 바꾸거나, 추론 칩이 HBM 수요 구조를 바꾸거나, 마이크론이 기술 격차를 좁히거나 — 어느 하나만 바뀌어도 지금의 주도권은 흔들린다.
그리고 헬륨 이야기가 여기서 중요해진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한가운데에서, 한국 반도체 공장은 카타르에서 헬륨을 수입하고 호르무즈를 통해 운반되는 선박에 의존한다. 이 취약성은 HBM 점유율이 높을수록, 생산량이 많을수록 더 커진다. 삼성의 HeRS가 의미 있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다 — 외부 환경이 무너지더라도 내부에서 버티는 방어 능력을 미리 키운다는 것.
이번 주는 AI 반도체 업계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젠슨 황의 키노트가 무엇을 공개하느냐에 따라, 리사 수의 서울 면담이 어떤 결과를 낳느냐에 따라, 단기 주가는 요동칠 것이다. 그러나 달이 주목하는 것은 그 이후다. HBM 슈퍼사이클이 기억하고 있는 유일한 진실 하나 — 기술 주도권은 언제나 다음 세대로 넘어간다.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