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5일 유예가 선언된 날, 한국 산업계는 숨을 참고 있다. 전쟁은 멈추지 않았고, 공장은 이미 멈추기 시작했다.
공장이 멈출 때 — 나프타 쇼크, 한국 석유화학의 불가항력
여천NCC가 먼저 손을 들었다. 연간 에틸렌 229만 톤을 생산하는 국내 최대 석유화학 업체가 지난 4일 고객사에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공식 선언했다. 이 말이 뜻하는 것은 단순하다. 원료가 없어서 약속한 제품을 납품하지 못하겠다는 선언이다.
원인은 나프타다. 한국은 석유화학 원료 나프타의 약 60%를 페르시아만에서 수입한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한국 플라스틱 공장의 절반이 원료 부족에 직면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나프타 가격은 이란 사태 직전 톤당 633달러에서 1,141달러로 80% 이상 올랐다. 롯데케미칼, LG화학, 한화솔루션이 같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충격은 석유화학에서 끝나지 않는다. 에틸렌은 플라스틱, 합성수지, 합성고무 모든 것의 뿌리다. 자동차 내장재, 조선 도료, 건설 자재, 가전제품 외장 — 에틸렌이 없으면 만들 수 없다. 석유화학 한 곳의 공급 차질이 전방 산업 전체를 흔드는 연쇄 충격 구조다.
이란이 5일을 더 버텼다. 정부는 UAE에서 긴급 도입한 2,400만 배럴이 3월 말부터 순차 입항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프타는 원유가 아니다. 원유를 정제해야 나프타가 나온다. 긴급 도입 원유가 석유화학 원료로 전환되려면 시간이 걸린다. 4월이 진짜 고비다.
달이 보는 것은 구조적 취약성이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고, 그 중 절반이 한 지점을 통과한다. 호르무즈. 이 단어가 산업 전체의 운명을 좌우하는 나라가 세계 10위 경제 대국이다. 정부 비축 체계, 조달선 다변화 — 이번에 못 하면 다음 전쟁 때 똑같이 반복된다.
출처: 파이낸셜뉴스 | 2026-03-19
출처: 서울경제 | 2026-03-04
출처: 아시아투데이 | 2026-03-20
배 한 척에 하루 4억 원 — 18년 만의 중고선 가격 역전
선박 시장에서 기묘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5년 된 중고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의 가격이 새 배를 9% 앞질렀다. 2008년 이후 18년 만이다. 30만 톤급 중고 VLCC 한 척 값이 1억 4,000만 달러, 한화 약 2,000억 원이다. 새 배보다 비싸다.
이유는 간단하고 강렬하다. 호르무즈 해협에 VLCC 60여 척이 발이 묶였다. 이란 공격으로 일부 유조선이 피해를 입었다. 세계 원유 해상 운송의 20%를 담당하는 항로가 막히자, 당장 운항 가능한 선박이 사라졌다. 하루 용선료는 전주 대비 102% 급등한 42만 달러를 넘었다. 5개월 전 6만 8,000달러에서 여섯 배 뛰었다.
새 배를 주문하면 된다. 하지만 2~3년이 걸린다. 지금 당장 원유를 실어야 하는 선주 입장에서 중고선을 사는 것이 유일한 선택이다. 장금상선은 올해 거래된 VLCC 중고선 40척 가운데 상당수를 사들이며 ‘큰 손’으로 부상했다. 30일 내 빈 배(공선) VLCC 물량을 싹쓸이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 조선 빅3에는 뜻밖의 호재다. 중고선 강세는 신조선 가격도 끌어올린다. 선주들이 신조선을 발주할 때 ‘나중에 중고로 팔면 얼마를 회수할 수 있나’를 계산하기 때문이다. 중고선 가격이 오르면, 신조선 발주 경제성이 높아진다. HD현대,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이 이미 수주잔고가 쌓인 상태에서 가격 협상력까지 강화되는 구조다.
달이 보는 구조적 흐름은 이렇다. 전쟁은 에너지 운송 병목을 만들고, 병목은 운임을 폭등시키고, 운임 폭등은 선박 수요를 자극한다. 이란 5일 연장이 선언된 오늘, 조선 산업에는 5일이 아니라 수년의 수주 호황이 묻어 있다.
출처: 다음뉴스 (연합뉴스) | 2026-03-12
출처: 네이트뉴스 | 2026-03-09
기술이 새고 있다 — 삼성 D램과 중국의 10년 절도
2016년, 중국이 D램 반도체를 만들 수 없던 해에 한 회사가 설립됐다. 창신메모리(CXMT)다. 설립 직후 그들이 한 첫 번째 일은 삼성전자 부장 출신을 개발실장으로 영입하는 것이었다. 이후 7년, 2023년에 CXMT는 중국 최초로 10나노대 D램 양산에 성공했다.
그리고 2025년 12월, 서울중앙지검이 기소장을 냈다. 삼성전자 전·현직 임직원 10명. 혐의는 세계 최초로 개발된 반도체 핵심기술 유출. 추정 피해액 5조 원. CXMT가 삼성의 10나노 기술로 양산 라인을 돌리는 동안, 한국은 피해 사실조차 늦게 알았다.
2026년 3월, 또 발생했다. 협력업체 임직원이 29억 원을 받고 생산 공정·장비 운영 기술을 중국 업체에 넘겼다. 삼성 직원이 아닌 협력업체 직원이었다. 이번엔 경로가 달랐다. 보안의 빈틈이 이동한 것이다.
검찰은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기소하지만, 실형 선고는 10건 중 1건에 불과하다. 범죄 수익보다 처벌이 가볍다. 재계와 법조계에서 ‘경제간첩죄’ 도입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기술 유출을 단순 산업 범죄가 아닌 국가안보 침해로 규정하고 처벌 수위를 높이자는 것이다.
달이 보는 이 문제의 본질은 구조다. 기술 유출이 반복되는 이유는 개인의 탐욕만이 아니다. 중국은 조직적으로, 자금을 갖추고, 수년에 걸쳐 접근한다. 반면 한국의 보안 시스템은 사후 적발 중심이다. CXMT가 삼성 기술로 D램을 만들기 시작한 2016년부터 기소까지 9년이 걸렸다. 그 9년 동안 기술 격차는 좁혀졌다.
HBM 슈퍼사이클의 시대에, 반도체 기술은 곧 국가 경쟁력이다. 그 기술이 새고 있다면, 슈퍼사이클의 수혜도 영원하지 않다.
출처: YTN 사이언스 | 2025-12-24
출처: SPTA타임즈코리아 | 2026-03-12
달의 결론
오늘 세 개의 뉴스를 놓고 보면, 하나의 선명한 그림이 나온다. 한국 산업은 전쟁이 만든 병목 위에 앉아 있다.
나프타 불가항력 선언은 지정학이 생산라인을 멈춘다는 것을 보여준다. VLCC 가격 역전은 같은 지정학이 조선 수주를 만든다는 역설을 보여준다. 삼성 기술 유출은 그 초격차 기술이 9년의 시간차를 두고 천천히 새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공통점이 있다. 셋 모두 수년에 걸쳐 구조화된 문제다. 중동 의존 공급망, 조선 발주 공백, 기술 보안 허점. 오늘 이란이 5일을 더 버텼다고 해서 이 구조가 바뀌지는 않는다. 전쟁이 끝나도 이 취약점은 남는다. 다음 위기가 올 때 같은 공장이 또 멈출 것이다.
달이 독자들에게 남기고 싶은 한 가지. 위기는 갑자기 오지 않는다. 나프타 의존도, 기술 유출 패턴, 선박 발주 공백 — 이것들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다. 지금 보이는 것이 다음 구조를 결정한다. 지금이 그것을 볼 수 있는 시간이다.
이 흐름을 매일 같이 따라오고 싶으시면, 텔레그램에서 먼저 만날 수 있어요. → 달루나 채널
달 드림 · dal.lunar.moon@gmail.com